일요일 장인어른께서 오리고기를 사주신다고 하셔서 구리시 갈매동에 있는 황토마루란 곳을 찾았다. 점심때지만 술과함께 일요일 오후는 끝났다는 생각으로 가기전 부터 한번 거하게 마셔 보자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한마리에 12꼬지가 나오는데 저렇게 꽂아 놓으면 자동으로 회전하면서 옆에 있는 숯불의 열기로 구워져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식사를 시켜면 나오는 탕도 맛있고 술안주로도 좋다. 먹고 나와서 처가로 가서 마시고 집에 와서도 또 마시고... 일찍 잤다는 것 외에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젠 술욕심을 좀 버리고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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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 어 데이
감독 케빈 맥도널드 (2011 / 미국,영국)
출연 신디 바에르,매튜 어빙,모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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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유튜브에서 상영(?)중인 Life In A Day를 보았다. 전세계 192개 나라의 지원자들로 부터 2010년 7월 24일 하루동안 촬영한 동영상을 받아 편집해서 만든 특이한 영화다. 새벽부터 시작해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에 맞추어 지구촌 곳곳에서 그날 하루에 있었던 개인들의 짤막한 일상들을 과감 없이 보여준다.

똑 같은 시대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같이 살고 있지만 삶의 방식과 환경은 어느 곳은 1970, 1980년대, 어느 곳은 중세, 또 다른 곳은 한참을 오래된 선사시대를 연상케 하는, 같은 시대이지만 저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문화, 인종, 삶의 방식등은 다르지만 한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해 고단한 삶을 보내고 매 순간마다 희노애락을 느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흘러 나오는 음악과 노래도 좋고... 이런 작품을 공짜로 방에 누워 편안히 볼 수 있다니 이 역시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 보고 싶은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는데 주어진 시간만은 그대로인 것은 조금 안타깝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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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먹고 마시고 2012.02.25 12:37
오늘 점심은 집사람이 만든 스파게티를 먹었다. 간혹 어머니가 안계실 때 스파게티, 돈까스, 스테이크 같은 것을 시도하기도 한다. 순수 토종 입맛이라 서양음식은 별로지만 그나마 덜 느끼한 스파게티는 먹을만 하다. 차라리 비빔국수를 하지 왜 이런 것을 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노골적으로 내색할 수 없다. 게다가 나만 빼고 다 좋아한다.

사실 스파게티와 난 매우 친하다. 매일 하는 일이 스파게티 코드를 뒤지고 스파게티 코드를 만들어 낸다. 집사람과 다른게 있다면 난 주로 평일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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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감독 빔 벤더스 (1985 / 독일,미국)
출연 류 치슈,베르너 헤어조크,아츠타 유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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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다. 하지만 그의 영화중에 본 것은 동경이야기, 꽁치의 맛, 가을 햇살 세편 밖에는 없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감독중 한명인 빔 벤더스. 좋아하는 감독이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감독 역시 나도 좋아하니 당연히 재미있게 볼 수 밖에 없다. 1983년 오즈 야스지로 사망한지 20년이 지나서야 빔 벤더스는 그의 영화속의 동경을 방문하여 빔 벤더스의 눈으로 본 동경의 풍속과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벚꽃이 흐드러진 공원, 빠찡코, 골프 연습장, 음식모형을 제조하는 공장 등...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하라주쿠와 같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그 시절 즈음에 한국에서 간혹 신문, 잡지와 TV등에서 보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잘 어울리지 않는 넘겨 빗은 올백머리에 가죽 점퍼와 청바지는 마치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의 패션을 그대로 흉내낸 모습으로 보인다. 점퍼 뒤에는 뉴욕, 록큰롤등 영어가 적혀 있고 서양 팝송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들. 현재 침체된 일본경제 아래에서 50대를 보내고 있을 이들은 과거 고도의 일본경제 아래에서 보냈던 추억이 더욱 화려했던 청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경외심으로 동경을 찾은 만큼 그와 함께 작업 했던 배우 류 치슈와 카메라 감독 아쓰다 유하루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들은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나타내며 그와 함께 작업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감사하고 있었다. 훌륭한 감독이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였던 것 같다.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숨가쁘게 긴장감으로 몰아 부치는 자극적인 요즘 영화들도 재미있긴 하지만... 정적인 잔잔함으로 주변의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이 보고 싶어진다. 불꺼진 방에서 그의 영화와 함께 소주 한병을 놓고 천천히 마셔가며 느긋함과 따스함을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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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넷

쩔은 생각 2012.02.18 11:38
마흔 넷이면 내가 천직으로 알고 있는 분야에서 막연히 장인급 실력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20대 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이것이 가장 슬프다.

마흔 넷이면 세상을 이해하고 통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궁금하고 헤깔리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새로이 아는 것이 더 많은지 잊어 버리는 것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

마흔 넷이면 나이에서 오는 여유로 온화하고 인자해지고 공자님 말씀처럼 혹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천성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만 알게 되었고 더 경박해졌다.

마흔 넷이면 노부모께는 효자이며 자식에겐 존경 받는 아버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늘 물가에 내놓은 불안한 자식이고 아이에겐 본 받을 것 없는 철없는 아빠다.

마흔 넷이면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주위에 베풀면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숫자와는 별개로 마음은 점점 더 궁색해진다. 

마흔 넷이면 인생을 정리해가는 나이인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되어보니 아직도 살 날과 변화할 수 있는 날들이 꽤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마흔 넷... 열일곱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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