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넷

쩔은 생각 2012.02.18 11:38
마흔 넷이면 내가 천직으로 알고 있는 분야에서 막연히 장인급 실력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20대 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이것이 가장 슬프다.

마흔 넷이면 세상을 이해하고 통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궁금하고 헤깔리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새로이 아는 것이 더 많은지 잊어 버리는 것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

마흔 넷이면 나이에서 오는 여유로 온화하고 인자해지고 공자님 말씀처럼 혹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천성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만 알게 되었고 더 경박해졌다.

마흔 넷이면 노부모께는 효자이며 자식에겐 존경 받는 아버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늘 물가에 내놓은 불안한 자식이고 아이에겐 본 받을 것 없는 철없는 아빠다.

마흔 넷이면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주위에 베풀면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숫자와는 별개로 마음은 점점 더 궁색해진다. 

마흔 넷이면 인생을 정리해가는 나이인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되어보니 아직도 살 날과 변화할 수 있는 날들이 꽤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마흔 넷... 열일곱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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