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매기매운탕에 거하게 한잔했더니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았다. 재준이와 함께 가까운 청계산이나 가기로 마음 먹고 코엑스에 들려 점심용으로 햄버거 두개를 샀다. 버스를 타고 화물 터미널에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양곡 도매시장을 지나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도다. 이수봉까지 가서 옛골로 내려올라고 하는데 이수봉까지는 지도에 나와있지 않았다. 상당한 거리인데 재준이가 잘 쫓아 와줄지 모르겠다.

1차 목적지인 옥녀봉까지 딱 중간지점이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는 2.6km고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길은 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휴식한 곳에서 재준이의 여유로운 모습. 오늘 산행 목적이 녀석의 극기훈련에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수봉까지 간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본 과천이다. 흐릿하지만 경마장의 모습도 보인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 2.5km니 매봉까지는 4.75km되는 것 같다. 매봉까지 가도 오늘 오를 거리의 반이 안되는데 녀석은 매봉이 목적지로 알고 있다.

매봉에서 한장.

점심시간이라 매봉 바로 아래에서 가지고 온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햄버거 맛이 일품이라는 녀석.

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재미있어 하는 재준이. 녀석의 웃음은 이후로는 이수봉까지 볼 수 없었다.

만경대를 향해 올라 가는 길. 이곳은 군부대가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슬슬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석기봉에 올라가 보니 커플 한쌍과 바위위에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분까지 세명이 있었다.

도대체 봉을 몇개나 찍고 있냐며 투덜대는 녀석. 오늘 네곳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 4주는 등산을 안하겠다고 한다. 아들아, 이제 이수봉 한곳만 더 찍으면 된다.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와 늘 가는 할매집을 찾았다. 늘 묵사발이나 묵쌈을 먹었는데 손두부(6,000원) 메뉴가 추가되어 한번 시켜보았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14,000원으로 둘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코엑스 서점이나 놀러 갈까 하고 물어 보니, 힘들어서 안간다고 할줄 알았는데 놀러가자고 한다. 이제 슬슬 고통을 이겨내는 재미를 알아 가는 것 같다.

살 책들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어께를 툭 치는 것이었다. 돌아 보니 같이 아이폰 어플을 만들고 있는 양반이다. 약속을 해서는 일주일에 꼭 한두번 만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만났으니 그냥 헤어지기도 그렇고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기로 했다. 1500cc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해도 안졌는데 벌써 두 종류의 술을 마셨다. 집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또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에 지쳐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술 마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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