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과음을 해서 머리도 띵하고 해서 피톤치드의 힘도 빌릴겸해서 올림픽 공원을 찾았다. 일때문에 만날 약속도 있었는데 쾌쾌한 사무실 보다는 여기가 좋을 것 같아 약속도 이쪽으로 옮겼다.

재준이는 요새 치아 교정중이라 머리에 교정기를 쓰고 다닌다. 안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한 녀석이 6개월이나 잘 쓰고 있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 사우나를 갔다와서 샌드위치와 커피, 몇가지 읽을 책들을 챙겨서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요즘 선릉만 기웃기웃하다 호수와 함께 푸른 경치를 보니 눈이 다 시원해 지는 것 같았다. 책은 거의 읽지 못하고 나무 그늘에서 조금 쉬다 걷고 벤치에 앉아서 조금 쉬고 했다.

젊잔게 생긴 오리선생은 지금 무슨 상념에 빠져 계신 것일까?

공원을 나와 저녁을 먹기위해 몇군데 둘러 보다 칼국수집으로 들어 갔다. 나와 일행분, 재준이는 모밀을 시키고 집사람은 칼국수를 시켜 먹었다. 입이 저급이라 그런지 사실 모밀맛은 풀무원이나 전문점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나와서 맥주나 한잔할까 하다가 그냥 커피만 마시고 들어왔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내가 안찍은 사진들이 몇개 보였다. 아마 재준이가 잠시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찍었나 보다. 술이 안깬건지 인지를 못한 것인지 나를 찍는 것을 못봤는데... 아무튼 몇년만에 내 카메라에 내가 찍힌 것인지?

삭막한 고층빌딩들이 많지만 올림픽 공원과 석촌호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송파는 그나마 서울에서 살기가 괜찮은 곳 같다. 언제쯤 눈에 회색 보다 녹색을 더 많이 보고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탈서울을 하고는 싶지만 일들이 죄다 이곳에 걸려 있으니 먹고 사는 것이 문제다. 50이 넘으면 가능해질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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